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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ctor's Fashion

    여름에 멋있는모자 쓴 남자


    여름은 특히 모자가 필요한 계절이다. 늘 야구모자만 고집했다면 올 여름에는 다른 모자에 눈돌려 보자. 세상에는 평생 써도 다 못 써볼 정도로 다양한 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한때 신사의 필수품이었던 모자, 약간의 용기만 낸다면 생각보다 훨씬 멋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글 이현주 제품사진 헬렌카민스키 코리아(1544-5393)

     

     

    요즘은 모자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지만 과거엔 반대였다. 모자는 격식 있는 차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복식의 일부였다. 모자를 쓰지 않고 외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정도였던 것. 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만 해도 양반은 갓을, 낮은 계급은 패랭이를 썼다. 이 외에도 망건, 갈모 등 각기 용도가 다른 다양한 모자가 있어,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왔던 서양인은 조선을 ‘모자의 왕국’ ‘모자의 천국’이라 불렀을 정도다. 아쉽게도 근대화 이후 우리의 전통 모자는 거의 사라졌고 그 자리를 서양의 모자가 대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통상 ‘모자’라 부르지만, 서양에서 모자는 챙 모양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모자의 머리는 크라운(crown), 챙은 브림(brim)이라고 부르는데, 브림이 크라운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면 해트(hat), 브림이 앞쪽에만 있는 것을 캡(Cap)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흔히 해트 종류를 통칭 중절모라 부르지만, 알고 보면 모양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 다르다.

    먼저 ‘모자’하면 대번 떠오르는 찰리 채플린의 경우를 보자. 그의 모자는 크라운이 둥글고 브림이 좁고 양 옆으로 약간 올라가 있는데, 이 모자의 이름은 볼러(Bowler)다. 볼러는 영국 비즈니스 정장 차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는데, 1850년 경 W.보울러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어 이름붙여졌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이라면, 이 모자를 보고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이 보울러를 쓰고 정장을 입은 신사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실제 르네 마그리트 자신도 이 같은 차림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현대 조직 사회 속에서 박탈당한 개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찰리 채플린의 모자 못지않게 인상적인 모자가 있으니 바로 마술사의 모자다. 크라운이 높고 평평한 이 모자의 이름은 톱헤드(top head). 주로 윤기 나는 검정 실크로 만드는데, 실제로 1814년 프랑스 마술사 루이 콩트가 이 모자에서 비둘

     

    기를 꺼내는 마술을 선보여 더욱 유명해졌다.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이 모자는 소심한 사람들에게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벌금을 물기도 했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전한다.


    다양한 해트 중에서도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것은 아마도 페도라(fedora)가 아닐까 싶다. 몇년 전부터 젊은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즐겨 쓰기 시작한 페도라는 브림이 위로 말려 올라가고 크라운 중앙이 움푹 패인 것이 특징. 요즘은 다양한 재질과 색상의 페도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이 밖에 해트 종류로는 19~20세기 남성들이 보트탈 때 주로 썼던 크라운이 평평한 보터, 파나마에서만 나는 곱고 여튼 빛의 파나마풀로 만든 파나마모자 등이 있다. 수렵용으로 썼던 캡 종류인 헌팅캡이나 군 장교들이 많이 쓰는 베레모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모자 이름.
    모자는 왠지 젊은 남성보다는 중년의 남성에게 더욱 어울리는 아이템인 듯싶다. 백발이 살짝 드러나는 머리 위에 페도라를 쓴 배우 숀 코네리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 명품 브랜드의 광고덕분일지도 모른다. 평소 모자를 눈여겨보기만 했다면 이번 여름, 모자 하나로 ‘멋진 남성’으로 변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월간닥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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