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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리, 한국의 성장을 막는 것들

    존리, 한국의 성장을 막는 것들

    메리츠자산운용에서 CEO로 9년을 일하는 동안 2,500회의 강연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럴 때마다 그들을 통해 느낀 것은 안타깝게도 숨이 막힐 것만 같은 한국 사회의 경직성과 편견이었다.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적인 관습의 한계를 발견한 것이다.

    예컨대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문화, 서열 중시의 수직적인 문화, 항상 남과 비교하는 문화, 질문하지 않는 문화 등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이러한 경직성과 편견들이 대한민국의 질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기업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다.

    1997년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할 텐데, 내 생각에는 결국 노동과 자본의 경직성으로 부터 기인한 요인이 가장 크다. 한국이 경제발전을 하면서 노동과 자본이 자연스럽게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흘러야 하는데 경직된 사고와 문화로 인해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직성은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시험 점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학생들이 믿도록하는 교육제도와 학생들의 점수 경쟁을 체념하듯이 방치하는 교육 관계자들의 경직된 사고가 우선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말이 될 텐데, 금융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돈을 맡긴 고객들이다. 고객의 이익보다 임원들의 이익이 우선시된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학생들이다.

    놀랍게도 학생들에게는 혹독하게 경쟁을 시키면서 그들을 교육시키는 학교들은 정작 경쟁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학교의 정보를 학교를 방문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각 학교는 '우리 학교를 선택해주세요' 하며 학생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한다. 다른 학교와의 차이점, 미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한국은 학교들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학교들의 서열은 정해져 있기에 학생들이 서로 경쟁해 그 학교에 들어가려고 온갖 사교육을 받으며 안간힘을 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교마다 자신들의 교 육 철학을 소개하기보다는 무슨 대학교에 몇 명 합격했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라고 발표한다.

    학교들 간에는 경쟁하지 않고 학생들만 무한경쟁의 사지로 몰아넣는 교육제도가 나는 한국문화 경직성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의 입학 정원을 국가가 정하는 것도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국가 주도의 방식에서 민간주도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때가 왔다. 그 변화는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학생들을 고객으로 간주하여 마케팅을 하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변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기업의 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차별성, 변별력이 떨어지는 시힘으로 채용하는 문화, 과도한 의전문화, 질문하지 않는 문화, 연차가 성과보다 중요시되는 문화들이 그 기업의 조직을 숨막히게 한다.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작은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는 자산운용사, 2~3년의 임기가 정해진 경영진 등 한국 금융의 발전을 저해하는 경직성을 예로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것들은 뿌리 깊은 경직성이 낳은 나쁜 관행들만 계속해서 양산할 뿐이다.

    일본 문화의 경직성이 현재 일본 경제 및 사회의 쇠락과 위기를 가져왔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일본 역시 상사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문화, 질문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문화, 부동산에 대한 경직된 사고 등이 만연해 있고 금융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 국가 경쟁력이 하락했다.

    경직성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 국가가 주도하던 일들을 특혜가 아니라 과감하게 민간에게 돌려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에 국가가 주도해서 일사불란하게 가시적이고 단발적인 성과를 이루었던 분야도 이제는 민간 주도로 그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 경제, 문화, 사회, 국민의 욕구 등 모든 분야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간에 맡겨두면 혹시 부작용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정부는 규제를 푸는 것을 주저한다. 규제를 철폐하면 오히려 부작용보다 훨씬 큰 가능성과 이익이 돌아온다.

    한국은 이제라도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하고 경직성을 깨뜨리는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과 문화를 활성화하고, 돈에 대한 교육 즉 금융교육을 하루라도 빨리 조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금융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안팎에서 위기를 맞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저력은 언제든지 발휘할 수있다.

    존리, 새로운 10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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