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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홍유선 교수
홍유선 교수가 초등학교 때 곤충 수집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먼저 들었던 터라, 그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박제된 곤충들을 볼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홍 교수의 방안 풍경은 외과 전공의의 바쁜 일상을 말해주듯 책으로 가득한 책장과 국내외 수많은 학회 때 사용했던 이름표가 두둑하게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짧게 인사를 마치고 두리번거리는 인터뷰어를 보고 그는 말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 뻗으면 닿을 거리의 장(欌)에서꽤 큰 액자를 꺼내 보여주었다.
표본 상자에 든 형형색색의 나비들. 그의 보물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갑자기 천진한 아이처럼 맑아졌다.
“나는 이게 좋아요.”
그는 다짜고짜 이렇게 이야기한다. 곤충 수집이 무작정 좋단다.왜 좋은지 물어도 잘 모르겠다고만 할 뿐 수집의 효용이라든지, 유익이라든지 그 가치를 굳이 따져 묻는 인터뷰어를 난감하게만들었다. 아마도 수집이 어릴 때의 첫정이라 그 순수함이 그대 로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홍 교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수집을 시작됐다. 곤충을 수집하는 그의 형을 따라 다니다 우연히 그도 곤충을 수집하게 되었다. 내일이 시험이라도 도시락을 싸들고 버스 두 번,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2~3시간 걸리는 곳까지 가서 곤충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도로나 자동차의 성능이 좋을 때가 아니라 차가 언덕을 오르다 서기도 하고, 곤충을 잡는 데 정신이 팔려 막차라도 놓치는 날엔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서울 촌놈이 뭘 알아요? 숲에 가면 나무도 보고, 풀도 보고, 새도 보고, 나물도 알게 되고. 곤충 채집하면서 자연에 대해 배웠어요. 얼마나 예쁜데요.”
그는 자라면서 생물학도를 꿈꿨을 만큼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의대 진학 후 지금까지 하루도 편히 채집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다. 외과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컸다.“아버지 산소 갈 때나 채집을 해요. 수집의 애로사항이라면 이것뿐이에요. 수집하러 못 가는 거. 적어도 1박 2일은 가야 하는데응급실에 환자 두고 가기가 영 찜찜해서.”
말을 흐리는 그에게서 외과의사로서의 고된 삶이 느껴졌지만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서도 수집을 멈추지 않는 그의순수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말을 마친 그는 연이어 다양한 표본 상자를 보여주며 신나 했다. 상자 안에는 나비, 나방,딱정벌레, 하늘소 등이 깔끔하게 갈무리되어 있었다. 금방이라시나 아이 같은 억양으로 천진한 대답이다.
“모르는데~. 몇 천 마리 되요. 한 1만 마리 좀 안 되려나?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저 표본 상자가 200개 정도 있으니까요. 대부분집에 있어요. 다른 사람은 이상한 취미라고 해요. 이것까지 보여줘야 하나?”
하며 냉동실을 열더니 플라스틱 통을 꺼내 냉동된 표본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놀란 얼굴로 홍 교수를 바라보니 곤충과 음식물은 절대 함께 놓을 수 없다는 아내의 ‘어명’을 지켜야 집에서 안쫓겨난다며 너스레웃음을 짓는다. 수집가들은 자신의 수집 규모를 자랑하기 좋아하는데 그는 그저 좋은 것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었다. 강박이나 욕심과는 거리가 먼 그의 모습이 자유로워보였다.
수집가로서 그의 앞으로의 계획은 수집품으로 전시를 열거나 박물관을 짓는 게 아니다. 곧 맞게 될 인생의 뒤안길에서 수집을그의 도반 삼아 여행하며 보내는 소박한 삶이다.“나이 들면 빠져서 할 수 있는 일이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해요. 그런 게 없어서 딴짓 하다가 일이 생기는 거라고요. 저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되요. 지금도 곤충 수집이 취미지만 퇴직 후에는 더 편안히,
자유롭게 곤충들을 찾아다닐 수 있겠죠.”곤충 채집에 관심은 있으나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선 곤충을 많이 보기를권했다. 동호회를 찾거나 사진을 찍거나 곤충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그것들을 먼저 접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도감이나 특정 곤충에 대한 책을 보면서 지식을 쌓고 채집을 할 때는많이 잡지 않도록, 수집할 때도 한 번에 많이 하지 않는
절제된 수집을 강조했다.
[월간닥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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