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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이나 사주, 별자리, 운세.... 혹시 신년이 되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한 번쯤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정확히 들어맞는다며 믿는 사람들도 있고, 전부 지어낸 말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여기 무려 500년 이후의 사건들을 예측했다는 화제의 예언가가 있습니다. 내일이나 1년 후도 아니고 무려 500년 이후라니! 그가 펴낸 책에는 인류의 미래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히틀러의 출현,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9.11 테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예언했다.고 하는데……. 20세기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프랑스의 대 예언가, 아는 사람 노스트라다무스의 모르는 이야기.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구 종말을 예측한 노스트라다무스?
20세기 말 세계적으로 종말론이 퍼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대중 사이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증폭됐고, 일부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제 붕괴, 대규모 자연재해, 심지어 외계인의 침공과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횡행했습니다.
이런 근거 없는 소문과 예측들이 대중 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많은 사람이 식량과 생필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벙커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는 등 극단적인 생존준비를 하기도 했죠.
'Y2K 버그' 또는 '밀레니엄 버그'라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있었습니다.
2000년이 되면 많은 컴퓨터 시스템이 연도를 '00'으로 인식하여 시스템 날짜를 1900년으로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죠. 사람들은 이로 인해 핵무기가 잘못 발사되거나, 은행 계좌의 잔고가 사라지고, 병원 시스템과 교통신호 시스템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1월 1일이 되었을 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시스템들은 대체로 정상 작동했고, 큰 혼란이나 재난은 일어나지 않았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종말론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1999년의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많은 불안과 공포를 조성했는지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당시 이런 종말론의 중심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있었습니다. 후대의 많은 사람이 그의 예언서를 보고 1999년 7월 24일을 '세계 멸망의 날'로 믿은 것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모두 같은 형식의 4행시입니다. 많은 사람이 세계의 종말을 경고한 예언으로 믿은 시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1900, 90, 9,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리라
그 전후로 화성이 행복하게 지배하리라"
이 시가 세계의 종말을 예고했다고 믿은 사람들은 시의 첫 줄에 있는 '1900, 90, 9, 일곱 번째 달'을 '1999년 7월'로 해석했습니다.
이들은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는 구절을 매우 강력하고 무서운 인물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를 세계적 재난이나 큰 변화의 상징으로 봤습니다.
또한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리라'에서 '앙골모아'는 고대 프랑스의 지역이나 특정 역사적 인물을 지칭하며, 과거 중요 인물이나 힘이 다시 나타날 것임을 암시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줄 '그 전후로 화성이 행복하게 지배하리라'에서 '화성'은 신화에 나오는 전쟁과 관련된 신을 의미한다고 했죠.
'1999년 종말론'이 국내에 확산된 데는 일본에서 노스트라다무스를 연구한 일본의 기자이자 작가인 '고도 벤'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그는 노스트라다무스의 다양한 예언에 관해 발표했는데, 그의 저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최후 대예언(ㅈ)》에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제3차 세계대전, 지각 변동, 소행성 충돌과 같은 사건들을 예언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구에 큰 난리가 나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이죠.
고도 벤의 예언 해석집은 1970~1980년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더불어 한국에서도 번역서가 상당히 많이 팔렸습니다. 워낙 화제가 돼서 일본에서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됐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주목했던 건 1990년 대에 큰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닐까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1997년 IMF 구제금융까지. 1999년에 다가올수록 재앙이 많아져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말 그대로 혼돈의 세기말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의 실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집은 실제로 <백시선(Centuries)》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이 책은 100편의 시를 하나의 묶음으로 삼아, 9개 묶음과 추가적인 42편을 포함해 총 942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354편을 모아 1555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그의 사망 2년 후인 1568년에 최종판이 출간돼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시선》은 출간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1555년 초판을 발행한 다음 해에는 이탈리아어 번역본이, 1559년에는 영어 번역본이 출간되었죠. 16세기 초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인쇄술과 출판업이 아직 발전하지 못해서 책값도 비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언집이 여러 나라에서 판매됐다는 것은 그의 책이 국제적으로 상당한 화제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의 예언서 중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예언을 살펴보겠습니다.
"5와 40도에서 하늘이 타리라.
불은 거대한 새 도시로 다가가고
그 즉시 거대한 화염들이 산발적으로 솟구치리라.
노르망의 증거를 요구하려 할 때"
이 시는 미국 9.11 테러를 애인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시에 나타난 5와 40도를 후대 사람들이 40.5로 해석한 것이죠.
뉴욕 맨해튼의 위도가 40.5와 비슷한 40.47°이기 때문인데 여기에 'new'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대도시가 뉴욕(New York)뿐이니 합치면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를 예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예언을 이렇게 해석하면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살던 16세기에는 소수점 표기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40과 5를 40.5로 해석하는 건 작위적 오류라고 할 수 있죠. 또 다른 예언도 살펴봅시다.
" 야수들이 굶주린 채 강을 헤엄쳐 건너리라.
더 많은 군대가 히스터와 맞설 것이다.
거대한 지역이 철의 우리로 끌려들어 간다.
그때 게르만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리."
여기에 나오는 사나운 야수들과 군대는 전쟁을 예언한 것일까요?
이 시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히틀러에 관한 예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시에서 언급된 '히스터(Hister)'라는 이름이 히틀러(Hitler)와 유사하고, '철의 우리'가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벙커나 탱크를 상징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회의적인 이들은 '히스터'가 다뉴브강의 라틴어 명칭이며, 이 강이 로마제국의 국경 지역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점에서 강의 이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살펴보면 그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썼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의 글은 문법에 맞지 않고 프랑스어 단어들이 단순히 나열된 형태로, 그리스어, 히브리어, 프랑스 프로방스어, 지방 사투리, 라틴어까지 섞여 있습니다. 또한 노스트라다무스는 철자와 문장 구조를 바꾸거나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어의 '은, 는, 이, 가, 을, 를' 같은 조사가 생략된 글이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글을 작성해 해석의 논란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왜 이런 방식으로 글을 썼을까요?
노스트라다무스 본인은 예언서를 읽는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게 하려고 특정한 사람들만 해석할 수 있게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살던 16세기 프랑스가 종교개혁 후 로마가톨릭교와 신교파가 대립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교와 정치의 압박을 피하려고 일부러 어렵게 썼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 EBS <인물사담회> 제작팀 지음 '인물사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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