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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세끼의 진실 - 전략적으로 식사하라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먹은 모든 것들이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혈관의 노화 정도와 인슐린 저항성의 정도, 만성 염증의 정도를 결정하니 맞는 말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물론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어야 한다"에서 '삼시 세끼'가 아닌 '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이 가속노화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거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와 미세 영양소(미네랄, 비타민)를 적절히 잘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끼에 800kcal로 하루 세끼를 먹더라도 그 구성에 따라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달라진다.

    섭취한 에너지가 활력을 주고 근육과 뇌에서 사용되며 근육의 양과 질을 유지하는 데 사용될지, 반대로 배와 간에 각각 복부 지방과 지방간의 형태로 축적되기만 할지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똑같은 양과 구성 성분으로 식사를 하더라도 식사 간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 수도 있다. 먹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유지하냐에 따라 절식 caloric restriction과 비슷한 노화 지연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런 전략들이 노화 정도와 질병 패턴에 따라 사람마다 건강상의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30대의 몸과 70대의 몸에서는 현저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나의 하루 세끼는?

    내 진료실을 처음 찾는 분에게는 하루 세끼를 어떻게 드시는지 꼭 묻는다. 식사 습관은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의학적, 기능적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들더라도 원인을 고칠 수 있다면 때로는 약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영미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50대 후반의 여성 이영미 씨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본인의 장점으로 꼽는 분으로, 직장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다가 창업하여 상당한 부를 일궜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체지방률이 높아 마른 비만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골다공증과 당뇨병 전단계, 고지혈증, 지방간이 있다는 날벼락같은 이야기도 들었다.

    하루 세끼를 건강한 식단으로 챙겨 먹고 주 2회 개인 헬스 트레이닝까지 받으며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일단 권유받은 약을 먹기 전에 전반적인 건강 상담을 위해 나를 찾아왔다.

    이영미 씨의 식사는 다음과 같았다.

    아침: 우유·바나나·블루베리 셰이크, 요거트와 유기농 시리얼, 커피

    점심 : 약속이 많아 주로 외식을 하고 있음.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잦음.

    저녁: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고기 위주로 식사, 와인 3~4잔

    자기 전 : 과일 조금

    항상 식욕이 많지만 절제를 하는 편이라고 이야기한 이영미 씨의 체질량 지수 Body Mass Index, BMI는 1제곱미터당 19킬로그램(19.0kg/m²), 체지방률은 34%였다.

    체질량 지수만 놓고 보면 다소 마른 편이지만, 체지방률을 함께 고려하면 마른 비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간 수치가 높고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전단계에, 혈중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이미 고지혈증에 접어들어 있어 전형적으로 마른 비만에 동반된 대사 증후군을 겪고 있었다.

    이영미 씨의 식사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얼핏 보면 고급스럽고 건강해 보이는 이 식사의 하루 총열량을 계산해 보니 1,500kcal 정도에 불과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영미 씨의 기초대사량, 즉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는 등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열량만 해도 1,200~1,300kcal 정도가 된다.

    여기에 개인 헬스 트레이닝까지 받고 걷기도 자주 하고 있으니 이영미 씨는 항상 다이어트 중인 셈이다. 그런데 대사 증후군이라니, 정말 억울할 만도 했다.

    이영미 씨 식사의 문제를 살펴보자. 독자들도 이 파트를 모두 읽고 나면 식사의 문제점을 명확히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우선 아침은 과당을 포함한 단순당(바나나, 요거트)과정제 곡물(시리얼)로 시작하고 있다.

    과당은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이 에너지로 사용되기 위한 첫 번째 분해 과정인 해당과정 glycolysis의 작동에 영향을 주고, 몸의 대사율을 떨어뜨리며, 탄수화물이 지방의 형태로 저장되는 일을 촉진한다.

    단순당과 정제곡물은 아침 식사 후 혈당을 매우 빠르게 올리는데, 당장 아침에는 이 혈당 피크가 솟구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인슐린이 쏟아져 나오게 되고, 핏속을 떠도는 당분은 몸의 지방세포로 쏙쏙 들어가게 된다.

    인슐린 덕에 혈당은 일단 떨어지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런 혈당의 급격한 움직임은 대사 증후군을 만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순차적으로 일으키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더 자세하게 다룬다.

    한 끼의 식사는 다음 끼니에도 영향을 준다.

    아침을 이렇게 시작하면 점심에도 혈당 변동성이 커진다. 특히 사 먹는 음식은 대체로 많은 설탕과 액상과당을 포함한다.

    이영미 씨의 몸은 오후에 다시 한번 혈당 변동의 쓰나미를 경험한다. 저녁 식사는 탄수화물을 피하느라 주로 붉은 고기와 와인을 먹었다.

    하지만 단백질과 지방도 모두 같지 않다. 붉은 고기는 특히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어서, 지중해 식사를 비롯한 여러 장수 식단에서는 피하는 식품이다.

    그리고 하루 3~4잔의 와인은 고위험 음주 기준에 해당한다. 술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몸에 염증을 만들 뿐 아니라 에너지원으로서 단순당과 지방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대사 증후군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킨다.

    또한 술은 아무리 근력 운동을 하고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근육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몸(동화 저항)의 상태를 만든다.

    자기 전에 다시 한번 섭취하는 과당(과일)은 다시 체지방을 쌓이게 한다. 여기에 더해 억지로 줄이고 있는 전체적인 열량은 몸의 대사 과정을 일종의 대사적 토포 torpor 상태로 만든다.

    토포란, 동물이 체온과 대사 속도를 극도로 낮추며 무기력 상태에 돌입하는 습성을 일컫는다.

    이 상태에 빠진 동물은 전반적으로 활동을 멈추게 되고,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낮은 대사율 덕에 장시간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몸이 마치 기아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바뀌어 음식의 에너지를 들어오는 족족 사용하지 않고 지방의 형태로 저장하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이영미 씨의 식사는 우아한 겉모습과는 달리 지방이 배와 간에 쌓이고 근육은 계속 빠지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먹는 것만 바꿔도 삶이 달라진다

    이영미 씨의 잘못된 식사와 대사 증후군은 어떻게 조정했을까?

    먼저 골다공증과 고지혈증은 적합한 약을 처방하고, 탄수화물 흡수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는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라는 종류의 당뇨병 약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식단은 혈당을 낮추는 지중해 식사에 준해 새로 설계했다. 식단의 숨은 당분을 찾아내서 제거하고, 탄수화물은 당지수가 낮은 복합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요소들을 조정했다.

    아침 식사는 채소와 올리브오일, 당분이 없는 두유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자기 전의 과일은 끊기로 했다. 음주량은 한 번에 최대 와인 2잔까지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붉은 고기는 줄이고 그 자리에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안배했다. 목표 섭취 열량은 1,800kcal 정도로 오히려 늘려보기로 했다.

    코어를 중심으로 전신의 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운동을 적어도 주 2회 실시하고, 운동을 한 날 저녁에는 고구마 반 개를 먹기로 했다.

    이쯤 되자 이영미 씨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형인데 배가 나오고 비만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현재의 몸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기회만 되면 지방으로 저장하려고 힘을 잔뜩 주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럴 땐 자연스러운 식사를 통해 충분한 영양소가 공급되면 체성분의 방향 자체가 개선되고, 관련한 질환과 증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3개월 후, 변화는 곧바로 나타났다. 체중은 500g이 늘었지만 전신의 근육을 반영하는 제지방 체중이 1kg 늘었다.

    지방은 500g 빠지고 근육이 늘어난 것이다. 6개월 후에는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 혈색소'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고, 처음 진료실을 찾았을 때보다 체중은 1kg. 제지방 체중은 2kg 가까이 늘었다.

    하루 세끼는 유지하되 세부적인 구성을 조정해서 몸이 대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되찾을 수 있었다. 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이 차오르면서 목과 허리의 통증이 개선되었고, 만성적이던 변비도 해결되었다.

    인슐린 저항성은 한번 악화되기 시작하면 마른 비만 상태에서 여러 악순환을 만들지만, 반대로 자연스러운 식사를 통해 전반적인 혈당 변동성이 크게 감소하면서 선순환이 생긴 것이다.

    결국 내가 매일 먹는 하루 세끼가 누적되어 내 몸의 모든 특성을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 같지만, 식사를 개선하는 것은 삶에서 경험하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많은 문제를 개선 또는 예방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다.

    식사



    메모

    1. 같은 열량의 식사를 하더라도 어떤 것을 먹는지, 언제 먹는지, 누가 먹는지 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2. 내가 매일 먹는 하루 세끼가 누적되어 내 몸의 모든 특성을 만든다. 식사를 개선하는 것은 삶에서 경험하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많은 문제를 개선 또는 예방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다.

    출처 : 정희원 지음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

    정희원 지음 '느리게 나이드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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