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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급 특진한 이관명
암행어사의 명을 받고 영남 지방으로 사찰을 나갔다가 돌아온 이관명.
숙종이 먼 길의 수고를 위로하고자 불렀다.
"영남 지방 관리들의 민폐가 어떻든가? 민폐로 인한 백성의 불만이 있었을 터인데 본 대로 고하라.”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한 가지만 아뢰겠습니다. 통영관할 바다 가운데 섬 하나가 대궐의 소유로 되어 있는데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서 백성들의 살림이 비참한 실정이었나이다.”
마음이 곧기로 유명한 이 수의사는 어떤 후궁의 소유로 된 그 섬의 부당성을 솔직히 아뢰었다. 그러자 숙종은 심기가 불편한 듯 호령했다.
"내가 일국의 임금으로서 그 조그만 섬 한 개를 후궁에게 준것이 그렇게도 불찰이란 말이냐?"
숙종은 책상을 내리쳐서 큰소리로 수의어사를 나무랐다.
"전하께서 소신을 그리 탓하시오면 황송하오나 오늘로 물러나도록 파직하여 주옵소서."
수의사는 더 이상의 다른 변명 없이 자기의 사의를 아뢰고 태연자약하게 물러나왔다.
"그만둘 테면 그만두거라."
왕은 옆에 시립해 있던 승지에게 전교를 쓰라고 그 자리에서 분부를 내렸다.
승지 신유도 당황한 빛으로 종이와 붓을 들고 왕명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전 수어사의 관직을 부제학으로 제수한다고 써라.”
승지는 의외의 분부를 듣고 놀라면서 그대로 교지를 써내려갔다. 크게 나무라 파직을 당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벼슬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숙종은 다시 승지를 불러 명했다.
"한 장 다시 써라.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을 제수한다."
승지는 더욱 놀라며 그저 받아 쓸 뿐이었다. 왕은 이어서 다시 엄숙하게 하명했다.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다시 호조판서를 제수한다."
이것은 뜻밖에도 삼 계급 특진의 어명이었다.
감투가 달아날 줄 알았던 이관명은 삼 계급 특진의 큰 감투를 쓰고 정경의 작품을 받았다.
이어 숙종은 간곡히 그에게 분부하였다.
"경의 충간으로 내 잘못을 깨달았소.
그리고 경이라면 큰일을 감당할 줄 믿고 호조판서 직을 맡기오.
앞으로도 모든 민폐를 근절토록 전국의 관리를 잘 단속해 주오."
출처 /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이야기 / 삼계급 특진한 이관명 / 저자 배명식 / 출판 미래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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