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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사이
그는 이제 막 길눈을 떠가는 택시기사입니다.
오늘도 그는 도심을 조심스럽게 달립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예, 광화문이요."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은 채 아내까지 병마에 빼앗기고 만 지독히도 불행한 사나이. 그런 그가 절망을 견뎌가며 택시 운전을 하는 건 아직 어리고 철없는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는 경쾌하게 손님들께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앞 유리창에 항상 달아놓은 가족사진, 그는 손님을 태우고 내리면서 수시로 그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회전의자에 앉아 뭉칫돈을 굴리던 옛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고, 택시 운전이라는 게 교통지옥을 헤매는 고단한 일이지만, 한 푼 두푼 모아 빚을 갚는 재미로 쉬는 날도 없이 매연 속을 누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주머니 승객이 그만 봉투를 두고 내렸습니다.
"어? 이런, 아주머니! 아주머니!"
황급히 불러봤지만, 아주머니는 이미 바쁜 걸음으로 사라져 버리셨습니다. 할 수 없이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승객이 두고 내린 봉투 속에는 얼만지도 모를 큰 액수의 돈다발이 들어 있었습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어서 잠시 내려서 담배를 한 대 피워봅니다.
그는 약해졌습니다.
돈 때문에 치료 한 번 변변히 못받고 저 세상으로 간 아내, 어깨를 짓누르는 빚더미, 좋은 옷 맛난 것 못 해줘 안쓰러운 아이들.
"이 돈이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 돈만 있으면……….”
봉투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우두커니 앉아서도 보고,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어도 보고, 그의 맘 속에서 욕심과 양심이 엎치락 뒤치락 싸우기를 몇 시간・・・・・….
그러던 그가 갑자기 택시를 다시 탑니다.
노란봉투를 한 손에 꽉 움켜쥐고서・・・・・…. 평소보다 조금 급하게 차를 몰아 그가 당도한 곳은 근처 파출소였습니다.
잠시 후에 경찰에서 연락을 받은 돈주인이 신발도 신는 등 마는 둥 황급히 달려 들어왔습니다.
“아이고, 이제 살았네 살았어. 휴우! 큰일날 뻔했는데,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고맙다고 어쩔 줄 몰라서 인사를 하는데, 그는 담담히 대꾸했습니다.
"아닙니다,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꼭 사례를 하고 싶다는 아주머니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반나절 동안 천국과 지옥을 열두 번도 더 왔다갔다 했는데, 이제 후련하네요."
그는 끝내 단 한푼의 사례금도 받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어서였습니다.
출처 / TV동화 행복한 세상2 / 저자 박인식 / 출판 샘터 / 천국과 지옥 사이 /책속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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