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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어느 마을에 학식도 높고 무척 총명한 랍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랍비는 얼굴이 너무너무 못생겼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학문을 쉽게 가르쳐서 배우러 오는 제자들이 교실에 바글바글거렸습니다.
또한 어려운 학문을 재미있게 설명해서, 수업 시간 때마다 교실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랍비가 로마 황후에게 초대를 받았습니다.
로마 황제가 사는 대궐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게 화려했습니다.
"황후마마, 유대인 선생이 왔습니다."
시종이 말하자, 황후는 대답 대신 손짓을 해서 들여보내라고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황후마마."
"어서 오세요, 선생, 자, 여기 앉으시지요."
"고맙습니다. 마마"
랍비는 황후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습니다.
"짝짝"
황후가 손뼉을 두 번 치자, 시종이 포도주 두 잔을 가져왔습니다.
"드시지요, 선생."
"네, 마마."
황후와 랍비는 포도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얼마쯤 지나자, 황후가 비아냥거렸습니다.
“오, 선생. 그대의 훌륭한 지혜는 참 못생긴 그릇에 담겨있구려, 호호호…………"
그러자 랍비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물었습니다.
“허허허, 못생겨서 죄송하옵니다. 황후마마, 마마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무엇이오? 어디 해 보시오.”
"황후마마, 로마 황궁에서는 포도주를 어떤 그릇에 담그시나요?"
"포도주야, 나무통에 담그지요."
"어허, 그렇군요." |
황후의 대답에 랍비는 놀랍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로마 황제와 황후께서 드시는 포도주를 어찌 보잘것없는 나무통에 담근단 말입니까? 그 많은 금 그릇과 은그릇들은 다 어디에 쓰시렵니까?"
"오호…………. 선생, 그건 그렇군요."
랍비의 말을 듣고, 황후는 과연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황후는 그때까지 나무통에 담그던 포도주를 금 그릇과 은그릇에 담그게 했습니다.
하지만 금 그릇과 은그릇에 옮겨 담은 포도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두 맛이 변해 버리고 말았답니다.
며칠 후,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황제가 화를 버럭 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누가 대답 좀 해봐라."
황제가 묻자, 신하들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모두 황후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어허, 이거 답답하구나. 도대체 누가 금 그릇과 은그릇에 포도주를 담그게 했단 말이냐?"
그제야 고개를 푹 숙인 황후가 나섰습니다.
"마마, 황제께서 드시는 포도주이니, 그렇게 하는 게 어울릴 듯하여 제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얼굴이 포도주처럼 빨개진 황후가 대답하자, 황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보시오, 황후, 금 그릇과 은그릇이 포도주 맛을 변하게 한다는 걸 몰랐단 말이오?"
"죄 죄송하옵니다, 마마………."
“에잉, 쯧쯧쯧……….”
이렇게 망신을 당한 황후는 못생긴 랍비를 당장 불러들여 따졌습니다.
"이보시오, 선생, 학식이 높은 그대가 금 그릇과 은그릇이 포도주 맛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왜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었소?"
소리를 버럭 지른 황후에게 랍비는 조용하고도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훌륭한 것도 때로는 보잘것없는 그릇에 담아 두는 게 좋을 때가 있다는 걸 가르쳐 드리고 싶었습니다.”
"......."
포도주처럼 얼굴이 빨개진 황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답니다.
출처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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