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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자유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경제적 자유, 그 멀고도 험한 길

    경제적 자유, 그 멀고도 험한 길

    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불안정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예금 이자소득만으로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규모의 돈을 가진 가계는 전체 가운데 얼마나 될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전국의 2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설문조사한 것을 집계한 것입니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가계동향조사는 1년에 네 번 실시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객관적으로 가계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소비자물가를 측정하기 위해 가게의 소비 내역을 중점적으로 묻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각 가정이 벌어들인 소득 중 얼마나 소비하고, 또 소비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계동향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가계의 자산이 어느 정도이고, 각 가계가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2019년 연소득을 기준으로 볼 때, 전국의 2만 표본가구 가운데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전체의 15.2%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왜 직장인들이 "연봉 1억 원을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이므로, 다른 부분도 봐야 합니다.

    즉 '순자산 분포'를 파악해야 합니다. 여기서 순자산이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45세 세대주 B 씨가 10억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3억 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이 있다면, B 씨의 순자산은 7억 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순자산 분포는 생각보다 더 불평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순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가계는 7.2%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체 가계의 순자산에서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입니다.

    즉 한국 가구 자산 분포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6%에 이르고, 60세 이상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중은 82%에 이릅니다.

    잘 사냐 못 사냐의 여부도 상관없습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부동산 비중이 76%에 이르며, 소득 하위 20% 가구도 부동산 비중이 78.4%입니다.

    순자산이 10억 원 있다고 가정해 봐야, 부동산을 제한 순수한 금융자산은 약 2억 원에 불과한 셈입니다.

    결국 예금 이자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으려면, 순자산 기준으로 '상위 0.1%'는 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이때 한국의 순자산 0.1% 계층이 얼마나 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부자들일수록 자신이 얼마나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공개하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얼마나 부유한 사람이 많은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금' 통계 같은 다른 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세금 중에서 상속세가 재산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상속세 통계를 이용해서 0.1%의 순자산 현황을 파악합니다.

    현재 이자율이 0.5%이므로 연간 2,500만 원의 이자소득을 받으려면 50억 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합니다.

    연간 2,500만 원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60세 이상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 약 2,700만 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보유 자산의 점진적인 처분까지 더해지면 평균적인 60세 이상 가구보다 부유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50억 원 이상을 상속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2013년 상속세 기준으로 보면 303명에 해당됩니다. 그해 사망한 사람이 26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0.1%만이 자녀들에게 5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물려준 셈입니다.

    따라서 0.1%의 부자가 아닌 사람은 초저금리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투자의 길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수치는 개인 기준으로 파악한 자산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족 기준으로 살펴보면, 0.1%보다는 더 많은 가정이 이자를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추정됩니다. 그렇더라도 그 수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한국 상위 1% 계층은 얼마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몇억이 있어야 한국 상위 1%가 될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몇 가지 맹점이 있다 보니 정확한 자산 분포, 특히 부유층의 자산 소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부동산 및 주식 관련 세금 납부, 상속세, 그리고 연금 통계를 활용합니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주 기준 상위 10% 커트라인 순자산은 8억 8,000만 원이며, 상위 5%는 13억 3,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물론 연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인을 반영해 추계한 것이니 참고자료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위 1% 가구주가 되려면 최소 30억 9,000만 원, 상위 0.5%가 되려면 43억 9,000만 원, 그리고 상위 0.1%가 되려면 158억 1,000만 원이 있어야 한답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는데, 이를 빚 없이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상위 10% 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위 10%조차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는 저금리 상황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최근 조기 은퇴를 꿈꾸는 2030 세대를 다룬 기사에 따르면, 이른바 '파이어(여기서 FIRE는 금융 독립 조기 은퇴, 재정적 독립을 이뤄 조기, 의 약자로 은퇴한다는 의미임)'은 18억 정도의 돈을 모은 후에 회사를 퇴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덧붙인다면, 이 정도의 자금으로 은퇴한 후에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 홍춘욱 지음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경제적 자유, 그 멀고도 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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