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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좋은 글

[고전의 숲] 사당의 쥐

책속좋은글 2024. 6. 25. 05:1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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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당의 쥐

     

    사당의 쥐

    제나라의 임금인 경공이 재상인 안영에게 물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큰 근심거리가 무엇이오?"

    안영이 대답했습니다. “바로 '사당의 큰 쥐'입니다."

    경공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이요?"

    안영이 대답했습니다. "사당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사당을 지을 때는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진흙을 발라 벽을 만듭니다. 그런데 쥐는 사당의 벽에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 그 안에서 삽니다.

    연기를 피워서 쫓아 내자니 기둥이 탈까 두렵고, 물을 부어서 쫓아내자니 벽이 무너질까 두려워서 이러지 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합니다. 나라도 사정이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에도 사당의 쥐와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임금님이 좌우에 두고 아끼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권력의 주위를 떠나지 않는 교활한 자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지요.

    '쥐를 때려잡으려 해도 접시가 아깝다' 하는 말처럼 작은 해를 없애려다가 도리어 큰 손해를 보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웬만한 피해는 덮어두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작은 해라도 그대로 두면 점점 자라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큰 해악을 끼치게 됩니다.

    쥐는 사당 안에서 활개 치고 다니며, 벽을 뚫고, 기둥을 쏠고, 사당에 바친 제물을 훔쳐 먹어서 막대한 피해를 끼칩니다.

    라에도 마찬가지로 권력자 주위에서 마치 쥐처럼 교활하게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자들이 있습니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서로 도와서 어려움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챙겨야겠다는 사람은 마치 쥐새끼와 같습니다.

    조선이 망하기 직전, 나라에서는 군인의 봉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부패한 관리의 곳간에는 쌀이 썩어나고 돈에 녹이 슬 정도였다고 합니다.

    권력을 행사하는 기구가 투명하지 않고 은폐되어 있을수록 쥐새끼 같은 사람은 더 많아집니다.

    권력자가 이런 사람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인 것입니다.

    이 우화는 안자춘추』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한비자'에도 똑같은 내용이 전해집니다.

    한비자는 이 우화를 소개한 다음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지금 군주의 좌우에 있는 측근들이 밖에 나가면 권세를 부려서 백성으로부터 이득을 챙기고 안에 들어오면 패거리를 지어서 군주에게 악을 숨긴다.

    안으로는 군주의 정황을 엿보아 그것을 밖에 알리고 안팎으로 여러 신하들과 벼슬아치들에게 권세를 부려서 부를 이룬다.

    관리들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법이 문란해지고, 처벌하자니 군주가 불안해할까 하여 그대로 덮어둔다.

    이런 자들이 나라에는 '사당의 쥐'와 같다."

    참조 : 김태완 저 '고전의 숲'

    김태완 저 '고전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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