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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하느님


    소년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소년은 하느님이 살고 있는 곳까지 가려면 긴 여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콜릿과 음료수 여섯 병을 배낭에 챙겨 들고 여행길에 나섰다.

    집을 출발하여 사거리를 세 번쯤 지났을 때, 소년은 길에서 어떤 늙은 할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우두커니 비둘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려고 그 할머니 옆에 앉아서 가방을 열었다.

    소년은 물을 마시려다가, 옆의 할머니가 몹시 배고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자기 초콜릿을 꺼내 그 할머니에게 주었다.

    할머니는 고맙게 그것을 받아 들고 소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머니의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소년은 그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할머니는 또다시 소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년은 매우 기뻤다.

    그들은 그날 오후를 그렇게 먹고 마시고 미소지으면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그것밖에는, 다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년은 피곤함을 느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배낭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몇 걸음 걸어가다 말고 뒤돌아 서서 그 할머니에게로 달려와 그녀를 꼭 껴안아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소년에게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마 후 소년이 집에 돌아오자, 소년의 엄마는 아들의 얼굴에 나타난 행복한 표정을 보고 놀랐다.

    "오늘 무얼 했기에 그렇게 행복해 보이니?"

    소년이 대답했다.

    “엄마, 오늘 하느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엄마가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소년이 덧붙였다.

    "엄마도 아세요? 하느님은 내가 여태껏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다고요."

    한편, 그 할머니 역시 기쁨으로 반짝이는 얼굴을 하고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할머니의 아들이 어머니의 얼굴에 나타난 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행복한 표정이세요?"

    그녀가 대답했다.

    "얘야, 난 오늘 공원에서 하느님과 함께 초콜릿을 먹었단다." 

    아들이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녀가 덧붙였다.

    "너도 아니? 그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더구나.”

    예수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극히 광대한 인간 영혼을 대단하게 여겼으며 인간에게서 신의 이미지가 투영된 모습을 발견하고 어떻
    게 살았는가 또는 성격이 어떤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인간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출처 : 김하 엮음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 중 '두 하느님' / 출판 나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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