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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의 마흔 수업

    지금 당신이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

    마흔이 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30대에 시달렸던 불안과 초조함, 타인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열등감도 한결 잦아들 줄 알았다. 커리어도 탄탄해지고, 무엇보다 내 인생이 '안정될 거라 믿었다. 경제적으로도 조금 더 여유롭고 마음도 단단해져서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믿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열심히 살아왔지만 여전히 40대의 나는 하루하루 흔들리고 있었다. 마흔이 넘도록 나잇값을 못 하는 것 같아 우울했고, 이제는 정말 늦은 것 같아 불안했다.

    그렇다. '우울'과 '불안'은 그때나 지금이나 40~50대를 관통하는 단어다. 실제로 2017년 정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황장애와 조울증 환자는 전 연령대에서 4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내 주변을 둘러봐도 열 명 중 두세 명은 우울증이다.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마흔은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리고 있다.

    나 역시 살아보니 40대가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었다. 마치 수능 시험을 앞둔 고3처럼 10년을 살았던 것 같다. 전 국민 공통과목인 집 사기, 돈 벌기, 아이 키우기에 집중하느라 매일 고단한 육체노동이 이어졌다.

    나도 커야 하는데 아이들도 크면서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을 각자 무섭게 끌어다 썼다. 한정된 돈을 쪼개 쓰면서 집 대출금까지 갚으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4~5인 가족 중에 이 무게를 감당할 사람은 어른 둘밖에 없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둘도 아니고 한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으면서 온갖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사람은 보통 한 집에 한 명이더라.

    40대에는 크고 작은 인생의 개별 숙제가 많이도 떨어진다. 갑자기 내가 암에 걸린다든가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다든가 남편 사업이 망한다든가 하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리 죽어라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인 듯한 상황. 지치고 피곤하고 불안하고 어디로든 숨고 싶고, 번아웃과 공황장애가 오기 너무나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흔, 희망이 현실로 드러나는 나이

    이처럼 40대는 원래 가장 무거운 인생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시기다. 그런데 여기에 마흔의 고질병, 우울과 불안이 더해진다.

    "마흔이 되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집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어요."

    "회사에서 팀장이 되긴 했는데 연봉은 별로 안 오르고 중간에서 힘들기만 해요. 남들은 결혼해서 남편이랑 아이도 있는데 저는 결혼도 못하고 외롭게 살다가 죽을까 봐 겁나요."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가 아직 일곱 살인데 스무 살이 되면 제가 거의 60이에요. 돈은 계속 많이 들어가고, 매달 생활비조차 빠듯하니 이 나이까지 뭐 했나, 내가 잘못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마흔이 된 지금까지 이룬 게 없다는 자괴감. 마흔의 우울은 이 자괴감에서 비롯된다. 30대까지만 해도 믿었던 모든 희망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결혼한 여성들의 경우에는 '이 사람만 믿고 살면 되겠구나'가'이 사람만 믿고 살다 간 큰일 나겠다'로 급격히 돌아선다. 꼭 '그'가 해낼 것 같았던 10년 전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내가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러다 어느날 현실을 자각한다. '왜 생활비는 항상 200만 원이 모자라기미니니 못한 여성들이 돈을 빨리 나오거나 공부를 다시 시작한나. 재취업 현장에 40대의 경력 보유 여성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에 대한 희망도 현실로 바뀐다. 어렸을 때 영재인 줄 알았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점점 나랑 비슷해진다. 결국 영재는 아니었다. 결혼하면서 '아이라도 잘 키워야지' 했던 결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남편은 벌고 아내는 육아와 살림을 매니지먼트하고 아이는 공부해서 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성과를 내는 완벽한 '원 팀 One Team'을 꿈꿨건만, 아이는 부모의 소원을 들어줄 마음이 없다.

    결혼 안 한 40대 싱글들 역시 다르지 않다. 여전히 혼자라는 현실, 괜찮은 남자들은 이미 죄다 사라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남자가 없으면 돈이라도 있든가 커리어라도 정점을 찍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다. 10년 이상 쉼 없이 일했는데도 내 집 하나 장만하지 못한 현실이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잘못 살아온 걸까?'

    나이 앞자리에 4를 붙이고 난 지금까지의 대차대조표를 정리해 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울감이 몰려온다. 이렇게 카테고리별로 하나하나 따져가며 성적을 매기다 보면 우울하지 않을 40대는 단 한 명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성적표가 내 인생의 마지막 결과물이며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불안이 생겨난다. 우리는 40대를 마지막 힘을 쏟는 인생의 황금기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40대에 뭔가를 이루지 못하면 50대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단정 짓는다. 40대가 지나면 곧 은퇴이며 내리막길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도 자신의 50대와 60대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시간을 황무지이자 쓸모없는 시간으로 취급하며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사는 게 초조하고 불안할 수밖에.

    마흔의 성적표를 보면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오는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조차 몇 년 남지 않았다고 믿어버린다. 마음이 저절로 조급하고 초조해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걸까.

    당신은 잘못 살지 않았다

    이 책을 쓰면서 만난 수많은 40대가 우울과 불안을 토로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당신은 잘못 살지 않았어요. 자신이 꿈을 줄이 성실히 잘 살아왔으니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세요. 잘못된 건 떡 하니, 마흔에 모든 걸 이루고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뿐이에요. 그 생각 때문에 지금 이렇게 우울하고 힘든 거예요. 안 해도 될 좌절을 굳이 하고 있는 거라고요."

    세상은 매일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이나 블록체인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도 발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애주기가 엄청난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마흔은 예전의 마흔이 아니다. 40대는 인생의 황금기도, 나를 증명해야 하는 나이도 아니다. 내가 40대였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출발선도, 결승점도 모두 달라졌다. 결혼연령, 출산연령 모두 10년 가까이 늦춰졌고 평균수명 역시 10년 이상 늘어났다. 그렇다면 특정 연령대에 완수해야 할 숙제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요즘 40대는 중년이라 하기엔 사고방식부터 라이프스타일, 외모까지 너무 젊다. 한마디로 40대를 완전히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나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변화를 거의 따라가지 못해서, 아직도 30년 전의 마흔을 생각한다. 그러니 계산과 박자가 안 맞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의 40대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첫 세대여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생 선배도 많지 않다. 세상도 딱 마흔까지는 해내야 할 인생 숙제를 내주다가, 그 후로는 어떻게 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30년 전에나 통하던 40대의 인생 공식 앞에서 모두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이제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내가 온몸으로 먼저 겪으며 깨달은 40대에 관한 진실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쓸데없는 좌절과 자책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였는지도.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인생 정산이 아니다. 평생 간절히 바랐던 꿈,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볼 두 번째 기회를 꽉 붙잡기 위해, 오늘 하루를 진정한 황금기로 만드는 것이다.

    출처 :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의 마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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