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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발행인 김종섭]
暴怒爲戒 실천의 명약 ‘음악’
손자병법의 우직지계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정치가 안영이 제나라 왕 경공을 모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부주의로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잃어버렸다. 화가 치민 경공은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다. 이때 안영은 손자병법의 우직지계(迂直之計)를 떠올렸다. 곧장 가는 것보다 우회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뜻의 손자의 계책이다.
안영은 사냥지기를 끌고 나오라고 한 후 그에게 큰소리로 세 가지 죄목을 추궁했다.“첫째, 군주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 둘째, 더 큰 잘못은 군주로 하여금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게 했으니 부덕한 군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받게 만드는 것이 너의 세 번째 죄목이니라. 네가 이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
안영은 임금의 분노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경공은 자신이 사냥감 때문에 분노가 지나쳐서 사람을 죽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냥지기를 풀어주었다.
아무리 하늘을 찌르는 왕이라 할지라도 한번의 분노는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뿐 아니라 명심보감에서는 갑작스런 분노는 인생을 완전히 망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명심보감에서는 이를 폭노위계라는 말로 경계하고 있다. 폭노위계. 갑작스런 분노는 인생을 망친다는 의미이다.
한 순간의 욱 하는 성격이 일생 망치기도
언젠가 십자가를 부러뜨린 사건이 있었다. 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그 순간의 분노. 그것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오해를 받고, 스스로 초라해지는 인격과 자괴감. 이런 일들은 그야말로 작은 불행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람의 생명이 오가거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는 경우가 참 많다.
얼마 전 평소 알고 있던 집안에서 아들과 아버지, 부자의 싸움으로 인해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의 말 한 마디에 ‘욱’ 하는 성격이 폭발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그래서 명심보감에서는 ‘버럭쟁이가 되면 천하를 잃는다’는 ‘당관자 필이폭노위계’(當官者 必以暴怒爲戒)를 강조하고 있다.
언젠가 버럭 화내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재미난 별명을 붙여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버럭 플러스 이름’을 붙이자 대부분 사람들이 그 이름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미쳤다. 예컨대 나의 성에 버럭을 붙이자 ‘버럭 킴’이 되고 어느 목사님의 욱하는 성격을 빗대어 욱철수라고 별명을 만들자 어쩌면 그리도 딱 맞는 이름이 되는지 모른다.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욱’하는 성격은 공통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욱하는 성격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길이 갈리게 될 줄이야.
조금만 참을 것을
한 번은 자동차를 운전하다 3차선에서 짧은 좌회전 구간으로 진입해 유턴을 시도하려 하다가 그만 절대 양보는 없다는 ‘나 버텨’ 택시를 만나는 바람에 유턴을 하지 못하고 좌회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보를 해주지 않은들 그냥 참고 지나가면 될 일을 두고 ‘버럭킴’은 치미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한참을 질주하다 그 택시 앞을 가로막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거기’에서 그쳤어야 했지만 버럭킴은 차에서 내린 후 그 택시운전자에게 한참을 따지고 육두문자를 날렸다. ‘당신 못된 사람이야’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 명예훼손이라며 곧 경찰을 불렀고 그 경찰의 입회하에서도 1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버럭 킴’이 꼬리를 내리고 사과했던 일이 있다. 참 민망한 일이다. 그렇게 낭비한 시간이 토탈 두시간. 한참 바쁜 시간에 ‘이 무슨 짓일까’ 생각하니 또 분통이 터졌다.
성경 잠언에도 나온다. ‘노를 더디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자랑이니라’
오기에 찬 흙탕물 아저씨, 결국 폭행죄
그러고보니 어린시절 신작로에서 벌어진 일이 떠오른다. 신작로는 노면이 자갈로 돼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낮아진 지면위에 물이 가득 고인다. 중학교 시절이었을게다. 어느 여름날 하교 후 통학버스를 타고 시골길 신작로를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데 정류장도 아닌 지점에서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 쓴 한 아저씨가 팔을 큰대자로 벌리며 버스를 가로막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손님들이 기웃거리는 순간, 버스문을 박차고 그 흙탕물 아저씨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듯이 운전자를 개패듯이 두들겼다.
사연인 즉, 2시간 전 이 버스가 지나갈 때 자기한테 흙탕물을 뒤집어 씌우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버스가 회차할 때까지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운전사에게 보복을 가한 셈이다. 얼마나 화가 나면 그랬을까 이해했지만 결과는 폭행죄로 끌려가는 일이었다. 분통이 더 터질 일이다.
민성원 컨설턴트의 분노 제로 계기
민성원이라는 학습컨설턴트이자 유명강사가 있다. 대단히 유명한 분이다. 보기에도 잘 생겼지만 그 분은 체력이 건장한데다 학창시절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주먹도 강했다고 한다. 그러다 종로에서 시비 끝에 조폭과 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참았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주먹 또한 조폭 못지않다는 자신감으로 육박전이 벌어졌는데 결과는 흠씬 두들겨 맞는 처참한 패배였다. 그때 이후 민성원 씨는 단 한번도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소위 학자연한 지식인들도 참는 데에는 미숙한 면을 많이 발견한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노를 더디하는 것은 학식과 별 관계가 없는 듯 하다. 그렇다고 수행하듯 그냥 앉아서 ‘참자 참자’ 하며 마음먹은대로 참아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분노를 삭이고 녹이는데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것처럼 미완성의 인생숙제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사람의 성격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자기가 갖고 있는 본연의 기질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씩은 그 분노의 강도를 낮출 수 있다. 그 노력이란 민성원 씨와 같은 충격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예술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린이의 분노치료는 음악공부가 최고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있어 ‘참자 참자’ 단근질하며 참는다는 것은 성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변연계를 조절할 만큼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노를 삭이는 최고의 방법은 독서와 예술교육이다. 독서는 폭넓은 지식을 넓혀주어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타인과 자신에 대한 해악을 확연히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질 수 있다. 분노로 인한 부정적인 행위의 확률이 자동적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독서를 통한 수많은 간접경험이 지식창고에 담겨져 있어 잘못될 확률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은 두뇌의 뇌량, 즉 감성과 이성을 각각 담당하는 좌우뇌의 연락망인 뇌량을 두텁게 해 사건을 폭넓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또 예능교육을 하면 두뇌의 헤드쿼터인 전두엽의 뉴런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파충류의 뇌인 변연계의 본능을 강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인간관계 만큼은 진득해야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음악예술 활동이 자신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고 무조건 가르친다면 목적을 알고 배우는 것보다 그 효과는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학부모들이 예능을 제일 먼저 포기하는 것도 이런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예능의 기능을 안다고 하지만 그들이 접하는 정보는 일 년에 한 두 번 다루는 매스미디어의 특집방송 정도이거나 돈 캠벨의 ‘모차르트 이펙트’처럼 세계적인 석학이 어쩌다 논문을 발표하면 관심을 갖게되는 게 고작이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요즘의 어린이 분노, 그 하나를 잠재우는 데 음악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제대로 알게 된다면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목적은 보다 분명해진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을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닌텐도 게임처럼 자극과 반응이 광속으로 변하는 이 시대에 참는다는 게 어쩌면 바보 같다 생각하기도 한다. 인간이 개발한 과학문명은 분명 참을성 없는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참을성 없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편의를 명분으로 큰 돈을 벌고 있다.
목적과 효과를 알 때 음악교육 각광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참을성이 없다면 될 일도 안된다. 사회적 법칙이다. 사람 사이의 감정 만큼은 참을성있는 사람들이 승리한다. 성공의 제일 법칙이기도 하다. 그 참을성을 기르는 가장 쉬운 도구가 바로 음악이다. 인간이 직접 연주하고 그리고 표현해야 하는 예술은 결국 인간관계의 참을성을 기르는데 최고의 명약이다. 좌우뇌의 뇌량을 튼실하게 해주고 변연계를 통제하는 전두엽을 발달시켜 정서지능(감정과 본능을 콘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켜 준다. 물론 그 분명한 목적을 알 때 음악교육은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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