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사이 그는 이제 막 길눈을 떠가는 택시기사입니다. 오늘도 그는 도심을 조심스럽게 달립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예, 광화문이요."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은 채 아내까지 병마에 빼앗기고 만 지독히도 불행한 사나이. 그런 그가 절망을 견뎌가며 택시 운전을 하는 건 아직 어리고 철없는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는 경쾌하게 손님들께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앞 유리창에 항상 달아놓은 가족사진, 그는 손님을 태우고 내리면서 수시로 그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회전의자에 앉아 뭉칫돈을 굴리던 옛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고, 택시 운전이라는 게 교통지옥을 헤매는 고단한 일이지만, 한 푼 두푼 모아 빚을 갚는 재미로 쉬는 날도 없이 매연 속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