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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타인 데이에 생긴 일

    래리와 조 앤은 평범한 부부였다. 그들은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집에서 살았다.

    다른 평범한 부부들처럼 그들도 남에게 빚 안 지고 살고, 자식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그들은 다른 면에 있어서도 평범한 부부였다. 그들도 여느 부부들처럼 가끔씩 말다툼을 벌였다. 결혼한 걸 후회한다거나 속아서 살아왔다는 둥 언쟁을 벌이고, 서로의 감정을 해치며 잘잘못을 따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우 특별한 사건이 그들 부부에게 일어났다. 남편 래리가 조앤에게 불쑥 말하는 것이었다.


    "조앤, 난 마술의 서랍장을 갖고 있어. 내가 서랍을 열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 안에 깨끗한 양말과 속옷들이 차곡차곡 챙겨져 있거든." 

    그러면서 래리는 조 앤에게 말했다. “나와 함께 사는 동안 당신이 하루도 변함 없이 내 양말과 속옷들을 챙겨 줘서 정말 고마워."


    조 앤은 안경 너머로 남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물었다.

    "원하는 게 뭐죠. 래리?"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난 다만 우리 집에 있는 마술 서랍장에 대해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이야."


    래리가 엉뚱한 말을 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으므로 조 앤은 금방 그 사건을 잊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래리가 또 말했다. "조 앤, 이번 달에 지불할 가계수표를 작성하느라 수고가 많았어. 열여섯 장이나 되는 것들 중에서 열다섯 장을 틀리지 않고 적었으니, 정말 기록적이야."


    조 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어서 바느질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래리를 쳐다보았다.


    “래리, 당신은 내가 맨날 수표 번호를 잘못 적는다고 불평을 해왔잖아요. 그런데 이제 칭찬을 하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뭐죠?"


    래리가 말했다. "이유는 없어. 다만 당신이 노력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뿐이야."


    조 앤은 머리를 흔들면서 다시 바느질감으로 옮겨 갔다. 그러고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도대체 저이가 무슨 마음을 먹은 걸까?"


    어쨌든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조 앤은 식료품 가게에 가계수 표를 지불하면서 자기가 적은 수표 번호가 틀리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왜 갑자기 이런 수표 번호 따위에 신경을 쓰게 됐지?'


    조앤은 그 사건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래리의 이상한 행동은 갈수록 강도가 심해졌다. 하루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래리가 말했다.


    "조앤, 저녁을 정말 맛있게 먹었어. 당신의 모든 수고에 대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해. 지난 15년 동안 당신은 나와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 1만 4천 번의 식사를 차려 주었어."


    래리는 또 이렇게 말했다. "조 앤, 집안이 정말 깨끗해. 이렇게 하느라고 당신은 쉬지 않고 쓸고 닦아야 할 거야."


    또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이었다. "고마워, 조 앤 내 곁에 있어 줘서. 난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


    조 앤은 마음 속으로 의심이 더해 갔다.

    '정말로 날 칭찬하는 건가 아니면 조롱하는 건가?"


    자신의 남편에게 뭔가 특이한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은 열여섯 살 먹은 딸 셀리의 말을 듣고서 더욱 확실해졌다.


    "아빠가 머리가 이상해졌나 봐, 엄마. 자꾸만 나한테 멋있다고 그래 이런 지저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데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어 보인다는 거야. 옛날의 아빠가 아니야, 엄마.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뭐가 잘못됐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래리는 중단하지 않았다. 밤이나 낮이나 그는 긍정적인 시각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몇 주일이 지나자 조 앤은 남편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많이 익숙해졌고, 때로는 마지못해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군요."

    그녀는 남편의 이상한 행동에 자신이 잘 대처하는 것에 자부심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이 무너졌다.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나서 조 앤은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래리가 부엌으로 들어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좀 쉬도록 해.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그 프라이팬은 이리 주고 어서 부엌에서 나가요."


    조 앤은 한참 동안 말없이 서서 남편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입을 열어 남편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래리. 정말 고마워요!"


    이제 조 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삶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따금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그토록 많았던 우울한 순간들이 말끔히 떠나갔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난 래리의 새로운 행동방식이 더 좋아'


    이것으로 이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조 앤이 먼저 말했다.

    "래리, 당신이 그 동안 나와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터에 나간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꺼예요."

    그 후에도 해리는 자신의 행동이 그토록 극적으로 바뀌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조 앤이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은 인생의 여러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 수수께끼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고맙게 여긴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조 앤이니까.


    조앤 라센


    출처 /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 류시화 옮김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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