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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컵의 용서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학교에서 우유 가루나 건빵을 배급해 주던 시절, 그마저도 늘 모자라 우리는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도 똑똑 떼어먹던 시절, 우유든 건빵이든 언젠가 한번 실컷 먹어 보는 게 모든 아이들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초겨울 오후, 청소당번이던 나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급식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고야 말았습니다.
쿵쿵 심장소리가 고막을 뚫고 나올 듯한 긴장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주머니 가득 건빵을 쑤셔 그는 우유 포대에 고개를 들이박은 채 우유가루를 먹었습니다.
"콜록콜록, 켁켁!"
마른 가루를 마구 퍼먹다 보니 마른기침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하필 창고 옆을 지나시던 선생님께, 우린 꼼짝없이 덜미를 잡혔습니다.
"아니, 이놈들이!"
우리는 건빵을 입에 물고 운동장을 돌겠구나 싶어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에 불려 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놈들아 마른 가루를 먹다 막히면 어쩌려고. 자, 물부터 마셔라."
그 뒤에는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시큰대던 콧날과 울렁대던 가슴만 기억합니다.
그때 나는 다짐했습니다.
이다음에 크면 꼭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선생님은 회초리 대신 물 한 컵으로 우리를 사람 되게 가르치셨던 것입니다.
출처 / 물 한 컵의 용서 / TV동화 행복한 세상 2 / 저자 박인식 / 출판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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